SSF Magazine · Quiet Luxury
콰이어트 럭셔리, the quiet ones.
로고는 조용하고, 대신 소재와 핏이 말을 건다. 같은 이름으로 묶이지만
르메르가 입는 콰이어트 럭셔리와 토템이 입는 콰이어트 럭셔리는 분명 다르다.
그 미묘한 온도 차이를, 핏과 가격과 무드라는 세 가지 결로 천천히 따라가 본다.
같은 옷을 보는 세 가지 시선
핏과 실루엣
가격과 시작점
무드와 컬러
What It Is
콰이어트 럭셔리란 무엇인가
콰이어트 럭셔리는 '얼마짜리 옷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진 옷인가'를 먼저 묻는다.
큰 로고가 사라진 자리에는 소재의 밀도와 실루엣의 구조,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디자인이 대신 들어선다.
과시와는 반대편에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입은 사람의 안목이 묻어나는 옷,
가까이서 소재를 만져 봐야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는 옷. 콰이어트 럭셔리가 향하는 곳은 거기다.
좋은 옷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소재가 말하고, 핏이 말하고,
10년 뒤에도 다시 꺼내 입는다는 사실이 말한다.
그래서 콰이어트 럭셔리가 곧 비싼 옷을 뜻하진 않는다. 비쌀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태도다. 차분한 색을 고르고, 손에 닿는 감촉이 좋은 니트 한 장을 오래 입는 것 —
그 역시 콰이어트 럭셔리다.
What Defines It — 핵심 무드
- 로고리스 Logo-less
- 브랜드 마크를 앞세우지 않는다. 알아보는 건 디테일과 실루엣의 몫이다.
- 뉴트럴 팔레트 Neutral Palette
- 에크뤼, 그레이지, 토프, 차콜. 서로를 거스르지 않는 색에서 시작한다.
- 소재 우선 Material-first
- 장식이 빠진 자리를, 소재의 밀도와 촉감과 드레이프가 채운다.
- 완결된 실루엣 Resolved Silhouette
- 한 벌만으로 룩이 끝난다. 더할 것 없이 비율로 완성된다.
- 지속성 Timeless
- 유행보다 오래 간다. 한 벌을 더 자주, 더 여러 해 입는다.
- 조합 가능성 Composable
- 적게 사서 많이 조합한다. 서로를 받쳐 주는 옷들로 채운 옷장.
The Basics
콰이어트 럭셔리 캡슐 워드로브: 핵심 아이템
콰이어트 럭셔리를 오래 입어 온 사람들의 옷장에는 신기하게도 비슷한 옷들이 남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일 손이 가고, 몇 해가 지나도 다시 꺼내 입게 되는 옷들. 브랜드를 고르기 전에,
그 옷들부터 천천히 떠올려 본다.
1. 뉴트럴 니트
아이보리, 베이지, 카멜. 색이 조용할수록 소재의 밀도가 도드라진다. 어떤 하의 위에 올려도 어색하지 않아, 가장 먼저 손이 가는 한 장.
2. 와이드 팬츠
넉넉한 폭이 소재의 흐름을 살린다. 발목이 살짝 보이는 기장이 로퍼와 가장 잘 어울린다.
3. 테일러드 재킷
하나만 걸쳐도 출근길부터 격식 있는 자리까지 닿는다. 로고 없는 단정한 라펠이면 충분하다.
4. 소재 좋은 셔츠
린넨이나 트로피컬 울처럼 구김마저 자연스러운 소재. 한 장으로 계절의 경계를 넘는다.
5. 로퍼
스니커즈보다 단정하고 힐보다 편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모든 자리를 함께 간다.
6. 로고 없는 가방
정돈된 실루엣의 가방 하나가 룩 전체를 가지런히 잡아 준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가 가장 오래 쓰인다.
The Brands
SSF SHOP의 콰이어트 럭셔리 브랜드
이름은 같아도 출발점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원단에서, 누군가는 재단에서,
또 누군가는 흐르듯 떨어지는 실루엣에서 그 조용함을 시작한다.
일곱 브랜드가 각자의 방식으로 도착한 콰이어트 럭셔리를 차례로 만나 본다.
Lemaire
르메르 · 파리
French · 플루이드 드레이프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린 트란이 그리는 파리의 옷. 몸을 조이지 않고 물 흐르듯 떨어지는 실루엣과 흙빛 톤이 르메르의 언어다. 소매를 비틀고 카라를 다시 잡는 작은 변형만으로, 평범한 한 장에도 은근한 긴장감이 감돈다.
둥글게 떨어지는 오버사이즈 코트와 트위스트 디테일, 부피를 다루는 감각이 특히 르메르답다.
Auralee
오라리 · 도쿄
Japanese · 소재 주도2015년 도쿄에서 료타 이와이가 세운 브랜드. 실을 짓는 단계부터 원단을 직접 만들 만큼, 오라리에서는 소재가 곧 주인공이다. 똑같아 보이는 니트나 셔츠라도 손에 닿는 순간의 감촉과 깊이 가라앉은 색에서 차이가 분명해진다.
직접 짠 원단의 부드러운 감촉과 차분하게 내려앉은 내추럴 컬러, 힘을 뺀 편안한 핏이 오라리를 설명한다.
Studio Nicholson
스튜디오 니콜슨 · 런던
British · 모듈러 워드로브닉 웨이크먼이 런던에서 펼치는 옷. 한 벌 한 벌을 따로 보지 않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옷장으로 설계한다. 부피와 비율을 의도적으로 다룬 건축적인 실루엣이 인상적이며, 남성복의 구조를 여성복으로 옮겨 온 듯한 균형감이 있다.
넉넉한 볼륨의 와이드 팬츠와 계산된 비율, 처음부터 겹쳐 입기를 염두에 둔 설계가 스튜디오 니콜슨다운 지점이다.
Theory
띠어리 · 뉴욕
Contemporary · 어포더블 럭셔리뉴욕 컨템포러리를 대표하는 어포더블 럭셔리. 실용성과 미니멀한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좋은 소재와 핏으로 잘 알려져 있고, 스트레치 소재처럼 럭셔리한 감각에 기능성을 더한 점이 특히 강점이다. 포멀웨어로 익숙하지만, 퇴근 후 여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제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활동성을 살린 기능성 소재와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핏, 매일 손이 가는 에센셜한 옷들이 띠어리의 중심이다.
KUHO
구호 · 서울
Korean · 구조적 미니멀구조적 미니멀을 기반한 국내 컨템포러리. 직선과 곡선이 균형을 이룬 구조적인 테일러링과,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디테일이 구호의 핵심이다. 모듈처럼 나눈 아이템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며, 옷에 건축적인 미학을 담는다.
직선과 곡선이 맞물린 테일러링, 덜어낸 디테일, 해체와 재조합의 건축적인 설계가 구호를 또렷하게 한다.
LEBEIGE
르베이지 · 서울
Korean · 프리미엄 우먼즈'보통 날도 고유하게'를 말하는 국내 프리미엄 우먼즈. 차분한 색과 좋은 소재로, 애써 꾸미지 않은 듯한 우아함을 완성한다. 과한 장식 없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평범한 하루를 단정하게 정돈해 준다.
따뜻한 뉴트럴 컬러와 부드럽게 흐르는 블라우스·코트, 일상에 스며드는 우아함이 르베이지의 결이다.
Toteme
토템 · 스톡홀름
Swedish · 모던 유니폼2014년 스톡홀름에서 엘린 클링과 칼 린드만이 시작한 스칸디나비아의 옷. 같은 형태를 시즌마다 정교하게 되풀이하며,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나만의 유니폼'을 만든다. 직선적인 재단과 절제된 색이 도시의 하루를 군더더기 없이 정리한다.
모노그램 스카프, 곧게 떨어지는 코트와 데님 — 반복이 쌓여 완성되는 일관된 미니멀이 토템의 매력이다.
Positioning Table — 자켓·아우터 기준
브랜드의 색깔은 잘 지은 재킷 한 벌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테일러드 재킷·아우터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가격과 핏, 무드에서 저마다 어디쯤 서 있는지가 또렷해진다.
일곱 브랜드를 그 한 벌 위에 나란히 세워 봤다.
| 브랜드 | 가격대 | 핏 · 실루엣 | 특징 (무드 · 컬러) |
|---|---|---|---|
| 르메르Lemaire | 약 120만~250만원대 | 몸을 조이지 않는 드레이프, 둥근 어깨의 오버사이즈 | 흙빛 어스톤, 부피감, 트위스트 디테일 |
| 오라리Auralee | 약 80만~180만원대 | 힘을 뺀 릴렉스드 핏, 부드러운 낙차 | 자체 개발 원단의 촉감, 깊고 차분한 내추럴 컬러 |
| 스튜디오 니콜슨Studio Nicholson | 약 50만~110만원대 | 건축적 볼륨, 계산된 비율, 겹쳐 입기 전제의 모듈러 | 뉴트럴 베이스, 구조적이고 절제된 무드 |
| 띠어리Theory | 약 30만~70만원대 |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핏, 기능성 스트레치 | 실용적 미니멀, 뉴트럴 · 다크 톤 |
| 구호KUHO | 약 40만~90만원대 | 직선과 곡선이 균형을 이룬 구조적 테일러링 | 구조적 미니멀, 절제된 디테일 |
| 르베이지LEBEIGE | 약 40만~90만원대 |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프트 드레이프 | 웜 뉴트럴, 일상에 스며드는 우아함 |
| 토템Toteme | 약 50만~120만원대 | 곧게 떨어지는 직선 재단, 클린 라인 | 스칸디 미니멀, 서늘한 뉴트럴, 유니폼 감각 |
* 가격대는 자켓/아우터 품목 기준으로 정리. 실제 판매가·재고는 각 브랜드관에서 확인해 주세요.
Find Yours
나에게 맞는 콰이어트 럭셔리 찾기
콰이어트 럭셔리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는 한마디 안에는, 사실 서로 다른 마음이 섞여 있다.
어떤 핏을 입고 싶은지, 예산은 어디까지인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그 마음을 세 갈래로 나눠, 각자에게 맞는 브랜드와 입는 법을 함께 골라 봤다.
핏과 실루엣
콰이어트 럭셔리는 대체로 여유로운 핏을 향한다. 다만 그 여유를 편안한 분위기로 즐길지, 단정한 격식으로 다잡을지에 따라 어울리는 옷이 갈린다.
주말, 힘을 빼고 싶은 날
힘을 뺀 실루엣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오버사이즈와 드레이프가 룩의 중심이 되는 쪽이다. 몸을 조이지 않는 부피감과 떨어지는 라인이 그대로 분위기가 된다. 격식보다 무드가 중요한 주말이나 여행, 전시 나들이에 특히 잘 어울린다.
Styling
드롭숄더 니트에 와이드 팬츠, 그리고 로퍼. 위아래를 한 톤으로 맞추고 볼륨은 한 곳에만 준다. 가방은 부드러운 형태로 골라 라인을 끊지 않는다.
가격, 그리고 시작점
콰이어트 럭셔리에는 프리미엄이 많지만, 처음 발을 들일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소재값을 온전히 치를지, 합리적으로 먼저 시작할지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진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전체 옷장을 바꿀 예산은 없지만 제대로 시작하고 싶다면
수입 디자이너 라인보다 부담이 덜한 쪽이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정제된 핏과 좋은 소재라는 콰이어트 럭셔리의 본질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두루 입기 좋은 옷부터 하나씩 채워 가기 좋다.
Styling
뉴트럴 니트에 테일러드 팬츠, 그리고 로퍼. 이 셋이면 출근룩 한 벌이 완성된다. 색을 베이지와 차콜 두 가지로 묶으면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단숨에 늘어난다.
무드와 컬러
같은 뉴트럴이라도 온도가 다르다. 도시적이고 서늘한 쪽이 있고, 부드럽고 따뜻한 쪽이 있다. 어느 온도에 마음이 가느냐가 결국 가장 오래 입게 될 옷을 정한다.
또렷하고 도시적인 쪽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쿨한 무드를 좋아한다면
직선적인 라인과 서늘한 뉴트럴이 중심이 되는 쪽이다. 화이트와 그레이, 블랙과 네이비를 또렷하게 써서 출근길과 미팅에서 선명하게 정돈된 인상을 남긴다.
Styling
화이트 셔츠에 차콜 슬랙스, 미니멀한 가방. 명암 대비를 또렷이 주고 색은 두 가지로 제한한다. 액세서리는 메탈 하나로 마침표를 찍는다.